유니레버, 젊은 네티즌 세대 ‘유혹’
유니레버, 젊은 네티즌 세대 ‘유혹’
  • 장업신문 jangup@jangup.com
  • 승인 2008.02.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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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활용 ‘웹 마케팅’으로 과감한 승부수
칸 국제광고제 판촉 캠페인 ‘절찬’

최근 수년간 경쟁사인 P&G에게 밀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대폭적인 인력 감축, 적자사업체의 매각 등 어두운 측면만 보도돼왔던 유니레버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니레버는 ‘낮잠 자는 거인, 침체되고 소박한 공룡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시선을 마케팅 영역으로 돌리면 이것과는 정반대의 발랄하고 활기찬 유니레버는 마케팅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성공담과 히트작을 쉴 새 없이 배출해 왔다.

특히 지금까지는 P&G의 독자적인 장기 분야로 여겨졌던 인터넷 이용의 웹 마케팅 세계에서도 유니레버는 어느새 톱 러너의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전자광고 웹 마케팅의 선두주자

유니레버의 웹사이트 전자마케팅의 위력은 대단하다. 멀리는 젊은 남성용 데오드란트 ‘아쿠스’를 판촉했던 2002년도 상품발매 캠페인의 대히트, 그리고 2004년도 9월 시작돼 전 세계의 화제가 됐던 ‘도브’의 리얼 뷰티캠페인. 나아가 그 연장선상에서 전개돼 칸 국제광고제 석상에서 절찬을 받은 ‘이볼루션’ 캠페인, 그리고 2007년도에 참신한 웹 마케팅을 전개해 세계적인 규모의 매출 신장을 이룩한 ‘아쿠스’의 최신 캠페인 등 유니레버의 판촉 광고 사례는 보물창고와 같다. 그렇다면 우선 요즘 세계적인 화제로 각광을 받는 ‘아쿠스’의 최신 캠페인부터 살펴보자.



암컷 늑대의 부르짖음

세계의 시선을 끈 이 화제의 디지털 캠페인은 컨셉 자체가 색다르다. 늑대 암컷이 암내를 피우면서 발정했을 때 남성을 유혹하는 표현으로 창안된 이 캠페인의 키워드가 바로 ‘Bom Chick Wah Wah이다. 마치 ‘욕정에 빠진 암늑대’가 우짖는 소리를 마케팅 컨셉으로 설정한 것이다.

유니레버는 이 ‘Bom Chick Wah Wah’라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TV 광고와 You Tube, 온라인게임 등을 통해서 전세계 젊은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Bom Chick Wah Wah Girls’ 라는 섹시한 여성 3인조 밴드가 등장했다. 이 여성들의 연주와 제스처를 녹화한 화면이 ‘아쿠스’ 선전의 웹사이트와 You Tube 화면에 널리 뜨는 한편 이 여성밴드가 유럽 4대 도시를 라이브 공연차 순회하는 이벤트도 기획됐다. 그녀들이 부르는 곡명도 ‘Bom Chick Wah Wah: It’s the Libido’s Mantra’여서 남성 자극적이다.



온라인 ‘DIRTY GIRLS’도 인기

온라인 게임도 몇 종류가 준비됐다. 예컨대 ‘더러운 소녀들’(DIRTY GIRLS)이라고 지칭되는 게임에서는 진흙투성이가 된 소녀 2명 중 자기가 선호하는 소녀 1명을 선택하고 바디용 화장품 ‘아쿠스 바디젤’을 묻힌 스폰지를 써서 열심히 진흙을 여자 몸에서 닦아낸다. 실제로는 스폰지 형태로 화면에 나타나는 커서를 써서 열심히 화면상 소녀 몸을 문지른다. 일정 시간 사이에 그녀 몸의 진흙이 깨끗이 제거 됐느냐에 따라 점수가 표시된다.



아무도 못말리는 쓰나미

‘Bom Chick Wah Wah’의 포로가 된 수 천만 명의 청년들이 이 캠페인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또 휴대전화와 인스턴트 메시지 등으로 친구들에게 존재를 알리고 사진 공유 사이트의 플리커에 올리는가 하면 세계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나 소셜 뉴스 사이트인 ‘디그’에서 다투어 검색하기도 한다.

이 PR 캠페인은 이미 그 진원지인 ‘유니레버’를 떠나서 독자적으로 지구를 누비는 막강한 ‘쓰나미’ 양상으로 바뀌었다. 입에서 귀로 전파되는 입소문 쓰나미를 더 이상 아무도 막을 힘이 없다는 분석이다.



Web 2.0의 실크로드

수년 전만 해도 이처럼 디지털 세계의 엄청난 쓰나미 현상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디지털 세대가 네티즌 사회를 형성하고 국적과 인종, 빈부의 격차를 넘어서 지구촌 규모로 순식간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상을 교환하고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Web 2.0과 젊은이 문화의 글로벌리제이션이 융합된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Web 2.0세대의 젊은이들이 특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계 30대 도시가 지금 인터넷 통신망의 띠로 지구를 둘러싸면서 ‘블록 벨트’를 형성했다. 말하자면 옛날의 동서양을 비단 무역상인이 연결했던 실크로드의 현대판이며 ‘21세기의 실크로드’이다.

이같은 블록 벨트는 미국의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애틀란타, 시애틀, 샌디에이고를 지나서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쳐 자카르타, 멕시코 시티, 몬트리올, 서울(한국), 베이징, 모스크바, 뭄바이 등을 긴밀하게 실시간으로 묶어 주고있다. 이런 연대관계에는 더 이상 하이어라키(계급제도하의 권위주의 지배체제나 관료제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부강한 미국이 정보와 물류의 중심 역할을 하는 구도가 아니라 세계 평등의 상호관계이다. 따라서 디지털 세대의 동일한 가치관과 유행문화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계획할 경우 종전의 미국적인 발상으로는 안되며 미국 시장만을 치중한 구상도 성공하지 못한다.

디지털 지구촌에는 함정이 많다. 나이키의 축구 네트워크 사이트인 ‘joga.com’이나 구글의 소셜넷 워킹사이트 ‘orkut’ 등 접근을 잘못해서 실패한 사례는 많다.여러 기업이 디지털 PR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는데도 유독 히트를 연발하는 유니레버 성공의 비결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유니레버 전자PR의 성공요인

여기에서 의문은 ‘왜 유니레버는 가능하고 다른 기업은 못하는가’라는 것이다. 물론 ‘아쿠스’를 담당하는 광고대행사 버틀보글헤거티(BBH)사의 광고기획 발상력과 창의성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광고 대리점의 발상과 이이디어 하나가 크게 히트쳤다는 차원의 수준은 이미 크게 넘어섰다. 우연한 일치나 행운의 대박이 아닌 것이다. 기성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참신한 마케팅 수법을 구사해 대담한 실험을 되풀이해온 유니레버 마케팅팀의 엄청난 저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분화구 같은 열기를 세계에 전파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의식개혁 겨냥한 ‘리얼뷰티 PR’

지금부터 4년 전인 2004년 9월에 유니레버의 ‘리얼뷰티’ 캠페인이 시작됐다.

세계 여성의 2% 밖에는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의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PR 캠페인. ‘진짜로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고 반문하는 획기적인 ‘리얼뷰티’ 캠페인은 이런 원초적인 의문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통상적인 TV매체뿐 아니라 빌보드(옥외광고)와 인터넷의 ‘웹사이트’까지 전면 활용하는 다각적인 홍보와 함께 토론회도 개최했고 도브 셀프에스팀 기금도 창설했다.

캠페인 사이트에서는 보통 몸매보다는 조금 살쪘지만 발랄한 표정의 여성 사진을 화면에 보여준 다음 ‘조금 뚱뚱합니까? 아니면 뛰어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도록 한다. 조금 나이든 중년 여성의 얼굴 사진을 보인 뒤 ‘쭈굴쭈굴 합니까? 멋진 주름입니까?’라고 묻는다.

켐페인 사이트의 방문자 네티즌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네’, ‘아니오’ 중 한가지를 선택해 클릭하면 이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이 투표가 된다는 장치이다. 이 투표는 지금까지 계속되며 이미 누계 1천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투표했다. 또한 사이트상의 디지털 토론회에 참여한 여성 수만 2백50만명을 돌파했다. 이 PR 캠페인은 시민참여형이다. 메이커 측의 일방적인 상품판촉용 정보 발신이 아니라 많은 사용자, 고객들의 참여 아래 함께 생각해 보자고 유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셀프에스팀 기금을 사용해서 사진과 수필의 현상금 컨테스트를 개최했고 미국에서는 걸 스카우트와 협력해서 ‘독특한 나 자신’ 캠페인을 전개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인 ‘Body Talk’를 협찬했다.

또 2005년도에는 모델이 아닌 보통 여성 6명을 기용해서 ‘리얼뷰티 캠페인의 페이스 2’를 개시, 뒤이어 기획된 페이스 3에서는 여성의 연령층을 높여 대상을 확대했다.

이것은 ‘Provage’캠페인이라고 불리며 브라질,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50세부터 64세까지의 여성 총 1천4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해 2007년 2월부터 캠페인이 개시됐다.

5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 이 ‘Provage’캠페인은 앞서의 ‘리얼뷰티’ 캠페인과 일맥상통하는 여성 의식 개혁운동이다. 그 핵심적인 메시지의 테마는 ‘노화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해야 한다’는 기존의 의식, 사고방식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답게 늙는 일의 소중함’을 처음으로 추구하고 일깨워 준다. 바로 이 점이 세계 여성의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서도 노화 현상의 불가피한 과정을 부정적 시각에서 긍정적 시각으로 돌리는 가치관의 전환을 시도해 각광을 받고 있다.



칸 광고제 대상 수상

2004년부터 시작된 유니레버의 여성의식 개혁운동이 정점에 달한 캠페인의 하나가 바로 2006년도에 전개된 리얼뷰티 캠페인 ‘이볼루션’이었다.

오글비 & 메이서가 제작한 이 75초짜리 영상은 우선 캠페인 사이트상에서 전파된 다음 2006년도 10월까지 캐나다 TV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그후 캐나다 이외의 외국에서 TV 방송망을 타게 됐다. You Tube상에서도 널리 확산되면서 그 접속수는 이미 3백70만건을 돌파했다.

TV 방송의 토크쇼에서 자주 이 캠페인 화면이 화제로 취급돼 주목을 끌었다. 제작 담당자에 의하면 미식축구 최종결승전인 슈퍼볼 경기 때 도브 광고의 시청률보다 3배나 많은 캠페인 사이트 방문 건수가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같은 ‘Evolution’이 2007년도 칸 국제광고제의 사이버광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필름 부문에서도 역시 대상을 획득했다. 동일 작품이 두 부문에서 대상을 휩쓴 것은 사상초유의 쾌거였지만 ‘Evolution’에 관해서는 누구나 당연한 일로 환영했다.

광고 전문 잡지 애드에이지도 이 PR 영상물이 미국의 퍼스널케어 시장과 뷰티케어 시장에 있어서 과거 최고의 온라인 입소문 효과를 거둔 성공 사례라고 극찬하는 등 대상 수상의 여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유니레버의 ‘리얼뷰티’ 캠페인은 이처럼 단순한 TV 광고 프로의 범위를 넘어서는 입소문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광고’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대중운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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