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배신에 화장품 업계가 숨죽이다
중국의 배신에 화장품 업계가 숨죽이다
  • 전진용 bretislav@jangup.com
  • 승인 2017.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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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황 예의주시’…중소기업,도소매 ‘버티기’
 

중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이 본격화되면서 화장품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의 한국관광상품 금지 기간이 된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각종 매체에서 화장품 업계에 대한 불안요소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상 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대기업의 경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떼로 몰려들던 국내 주요상권의 브랜드숍과 면세점에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로드숍과 면세점 매출에 실질적인 타격이 생길 전망이다. 실제로 15일 명동의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는 눈에 띄게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으며 한국 고가 화장품 매장에는 유커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명동 화장품 거리의 브랜드숍도 중국인 매출이 50%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샐활건강은 중국정부 정책에 예의주시하며 그에 대한 방안 모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타지역과 남미, 미국 등의 비중을 높여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 위험요소를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현재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항저우에 위치한 LG생활건강 화장품 제조 공장에 대해 소방안전 관리 점검을 진행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발표한 불합격 화장품 목록에 포함되는 등 국내 화장품 양대기업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이렇다한 대안모색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에게 먼저 여파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계약이 취소되는가 하면 제품생산도 중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화장품 수출기업 대표는 “최근 마스크팩 100만장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나 3만장도 찍지 못하고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며 “따이공 유통이 차단되면서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장품 OEM 기업 임원은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국내 브랜드숍들까지 관광객 감소를 감안해 제품생산 물량을 크게 줄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딱히 대응책이 없어 마냥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마스크팩 등 한국화장품의 중국 유통의 큰 축을 담당했던 서울 강서 지역의 대형 화장품 도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아예 중국인 무역상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그나마 태국, 대만, 필리핀 등의 아시아 무역상이 간혹 찾긴 하지만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상태다. 서울 대림동에 몰려 있는 중소규모의 화장품 수출 도/소매상 역시 중국인상인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상황은 같다.

대림동의 한 소규모 화장품 수출 도매상 관계자는 “지금 대부분의 업체들이 휴업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림동에서 줄줄이 폐업을 하는 중소 소매업체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한국상품에 대한 해운 반입을 담배 5갑으로 제한했다. 위생허가를 받지 못한 국내 제품들을 따이공이 배로 운송하던 라인을 완전히 폐쇄한 조치다. 현재 중국으로 화장품이 들어가던 주요 항구의 수하물 창고에는 중국에 반입이 불허된 화장품 컨테이너가 산적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지역의 한 대형 화장품 수출 도매상 관계자는 “2014년, 2015년에는 중국인 무역상과 중국 수출을 원하는 한국인 기업들의 방문으로 스케쥴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이 모두가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대형 유통사들의 한국 플랫폼 역시 움직임을 멈춘 상황이다. 중국 온, 오프라인 대형 유통사들이 한국 화장품 소싱을 위해 국내에 설립한 한국지사들도 잇따라 계획되어 있던 사업설명회, 공동 마케팅 활동 등을 잠정 취소하는 등 한국과의 교류를 단절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화장품 유통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국현지화에도 안착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현 상황에 대처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과 미국, 한국의 원만한 관계개선을 통해 현 위기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버티는 것이 전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에서 현 상황에 대한 지원정책을 마련해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며 여러 외교적인 노력을 시도는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만큼 빠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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