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위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위로 
  • 윤강희 jangup@jangup.com
  • 승인 2024.08.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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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미술관 기획전 《불안 해방 일지》 개막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은 우리 일상에 스며든 ‘불안’이라는 감정에 주목한 기획전 《불안 해방 일지 Anxieties, when Shared》를 8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국내 작가 9인 김미루, 김지영(109), 도유진, 백다래, 신정균, 양유연, 이예은, 이원우, 조주현의 작품 34점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인 ‘불안 해방 일지’에는 불안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마주하며 해방 일지를 써 내려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태도에 주목하고자 한 기획 의도가 반영됐다. 9인의 참여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공통으로 경험한 청년 세대로 이번 전시에서 영상, 회화, 퍼포먼스, 사진,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작품에서 개인 내면의 불안이나 사회경제적 원인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다층적으로 탐구하고, 나아가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일상을 환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코리아나미술관, 개인과 사회를 관통하는 ‘불안’을 재조명하다.

코리아나미술관은 2003년 개관 이래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신체, 여성,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적 코드로 조명해왔다. 또한, 올해 상반기 미술관은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유 플랫폼인 *c-lab을 통해 그리스 비극에서 출발한 ‘코러스(chorus)’라는 주제를 선정,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c-lab 8.0은 타인의 소리를 듣고, 몸으로 합창을 수행하는 공동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가능케 하는 예술 실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도 미술관의 이러한 실천을 이어나가며, 현실에서 감각되는 ‘불안’을 신체의 다양한 감각이나 청년과 여성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통해 이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오늘날, 불안은 보편적으로 떨쳐내고 극복해야 하는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불안’을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자, 동시에 사회의 다양한 문제 안에서 경험하는 집단적인 정서로 조명한다. 지난 6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롭게 등장한 감정 캐릭터 ‘불안이’는 국내 관객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는 끊임없이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대중이 낯설지 않은 ‘불안이’의 모습에 자기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익숙한 감정인 불안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현대 사회와 문화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MBTI 신드롬, 사주나 점술에 대한 관심과 소비의 증가, 세기말 감성의 유행, 각종 심리 치유 프로그램의 인기 등의 사회문화 현상에는 불안을 달래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적 경향을 조명한 코리아나미술관은 《불안 해방 일지》에서 예술가들의 진솔하고 재치 있는 시도를 통해 우리 일상에 스며든 ‘불안’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1981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동시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오늘날의 ‘불안’

조주현과 백다래는 청년 세대로서 경험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목적지를 잃고 떠도는 초현실적인 공간이나 작가의 삶을 의인화한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드러낸다. 신정균과 도유진은 모의 재난 훈련과 불법 촬영 범죄와 같은 현상을 영상으로 탐구하며,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다룬다. 양유연은 장지에 연한 농도의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쌓아서 표현한 빛과 어둠에 가려진 얼굴을 통해 불안함 감정을 시각화한다. 한편, 이예은은 개인이 경험한 사회의 불안을 무모하면서도 재치 있는 행위의 사진으로 담은 <무모 연작>을 통해 스스로와 관람객을 위로한다. 이원우는 거울 위 다채롭게 변화하는 하늘을 표현한 그라데이션과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Your Beautiful Future)’, ‘낭만에 대하여(In Terms of Romance)’ 등과 같은 문구를 새겨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밝게 환기하려고 시도한다. 

일상의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만나볼 기회

서울시와 코리아나미술관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김미루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 <비언어적 소통 프로젝트>는 언어로 소통하는 대신 흙을 타인과 함께 만지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고, 교감하면서 불안을 해방한다. 상시로 참여 가능한 전시장 내 스테이션에서는 참여자 2인이 서로 마주보고 테이블에 앉아 한 손만을 사용하여 흙으로 소통한다. 참여자 중 한 명이 손을 내려놓으면 작품은 종료되고, 작업의 결과물은 전시대 위에 올려놓거나 가져갈 수 있다. 2020년부터 타인의 콧노래를 수집해 온 김지영(109)은 콧노래를 ‘스스로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여긴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제작 지원으로 새롭게 구성된 <싱잉 노즈>(2024)는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이 소리에 조화를 이루는 설거지 소리, 지하철 소리, 국수 먹는 소리 등과 같은 일상의 환경음, 그리고 이를 악보로 나타낸 드로잉을 통해 개인의 감정을 승화시키고,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감정사회학 연구자이자 김샥샥 연구소를 운영 중인 김신식 교수는 이번 전시에 대해 “9인 9색의 작품이 팬데믹 전후에 구상되고 세상에 나왔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참여 작가들이 “눈으로 확연히 보이지 않는 불안의 기류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광경을 함께 대면하고 상상해 보길 제안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통하여 불안을 간편히 해소할 수 있다는 태도가 아닌 각자만의 방식으로 불안과 공존할 가능성을 택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우리에게 북돋운다”고 평했다. 

전시와 함께 우리의 감정을 돌아보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마련 

김미루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 <비언어적 소통 프로젝트>는 상시 참여 이외에도 작가와 1인 또는 10인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격주 토요일마다 운영된다. 10월 5일(토)에는 김미루와 김지영(109) 작가의 연계 퍼포먼스가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전시장에는 미술관을 찾은 관객을 위한 상설 참여 프로그램 <OO적 사고>와 <불안 드로잉>이 B2 전시장 드로잉&아카이브존에 마련되어 있다. <OO적 사고>는 최근 유행하는 ‘원영적 사고’의 밈을 활용해 각자의 불안과 이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표현하도록 하며, <불안 드로잉>은 관객 스스로가 느끼는 불안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8월 21일(수) 김신식 감정사회학자의 감정 토크와 9월 28일(토) 전시 참여 작가 7명 김미루, 김지영(109), 도유진, 백다래, 이예은, 이원우, 조주현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운영된다. 또한 10월 23일 코리아나미술관 심연정 큐레이터의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미술관 홈페이지 www.spacec.c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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