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법 위반 무마+건재 과시위한 거액광고 추정
아슈란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올해초 일본의 유명 일간지 아사히신문에 전면 컬러광고를 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광고목적과 의도가 애매모호한 이 전면 컬러광고문안은 기껏해야 3단짜리 인사장 광고로 충분한 내용이었기에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상업광고의 주요 기능은 그것이 기업광고든 상품광고든간에 정보고지를 통해 시장에서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아슈란이라는 회사의 광고는 이런 주요기능과 목적성이 빠진 것으로 무엇을 위해 무슨 목적으로 광고를 냈는지 독자들은 궁굼해했다. 물론 이탈리아의 베네통이라는 패션업체가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기발한 광고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듯 색다른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네통의 경우 광고의 특이성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므로써 기업의 지명도를 높이고 선택적인 수요를 환기시킨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광고목적을 지녔다.
그러나 아슈란의 광고는 광고주가 아슈란이라는 회사며 본사가 일본 후쿠오카껭의 한 지방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뿐이었다. 전국에 배포되는 명문일간지 아사히 신문의 조간 컬러전면광고 비용은 자그마치 5천4백40만엔(5억7천9백36만원)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에서 지금 5억7천9백36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하루아침의 신문광고, 그것도 의미와 목적이 애매한 전면컬러광고를 낸 기업체 아슈란이 과연 어떤 회사인가, 일본업계에서도 큰 화제꺼리가 됐다.
기자들이 백방으로 탐문해도 아슈란사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이르러 이것이 방문판매를 하는 화장품회사인 것 같다는 단서를 잡았다.
특히 화장품 전문잡지와 업계신문들이 추적취재에 열을 올렸는데 이 업체는 예상대로 회원제의 방문판매 화장품회사였다. ‘자연파 화장품’을 내세우는 이 회사의 생산품목은 페이셜 마스크, 스킨케어, 로션, 오일, 세안제, 클리너 등 8개품목이며 특별한 광고없이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져 판매돼왔다. 현재 회원수는 3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쉽게 말
해서 그 수법이 피라미드 판매조직의 멀티 상법과 흡사하다.
아슈란의 사원수가 1백명 미만인데 반해 그 매출이 99년도 6월 결산기에 무려 1백9억엔(1천1백55억원), 당기이익금 3억6천만엔(38억1천6백만원)에 달해 200%의 주주배당을 했다. 그러나 이런 아슈란도 97년 5월에는 방문판매법 위반혐의로 도미야마껭 경찰국에 의해 본사와 배송센터 등 10개소를 수색 당했고 98년 1월에는 사장과 간부회원 3명이 역시 방판법 위반으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사장검거 소동은 이 업체에게 충격을 던져 큰 동요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피라미드 형태의 화장품 방문판매업체 아슈란은 컬러전면광고를 계재함으로써 경찰당국의 추궁으로 생긴 회원들의 동요를 잠재우는 한편 회사조직이 건재하다는 이미지업을 노렸던 것이다.
물론 이 업체의 거액광고 대상자는 아사히 신문의 일반독자가 아니라 아슈란의 음지에 가려있는 30여만명의 판매조직 회원들이었다. 5억8천만원의 거액광고 목적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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