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제품 중금속 검출 `일파만파`
팩제품 중금속 검출 `일파만파`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3.07.15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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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원 보고서 파문…"화장품 불신부채질" 시각도
71개 제품 중 3종서만 검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화장품 팩제 중 유해중금속류 분석` 보고서가 국내 화장품 팩제 개발자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단순 실태조사 보고서가 오늘자(15일)로 각 언론사에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시중 판매되고 있는 화장용 팩제품에 납과 수은 등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는 내용으로 둔갑, 팩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구된 보고서를 묶어 이달초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이 발간한 제38호 연구원보에 게재된 위 제목의 관련 논문은 말 그대로 화장품 팩제 중 유해중금속류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한 홍윤정 선임 연구원은 "애초의 조사 목적은 환경오염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원료 정제도가 낮은 원료를 사용하는 팩 제품의 경우, 관련 항목의 기준 및 시험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연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환경오염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석고나 돌가루 등 일부 패제품류의 원료가 일반 화장품원료보다 정제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시작된 연구였다.



현행 화장품 기준에서는 눈 화장용 제품이나 메이크업제품, 두발용 제품 중 샴푸와 린스, 에어스프레이 등은 납 시험항목을 적용하고 있으나, 기존 화장품류인 팩 제품은 납 항목의 기준 및 시험방법이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규제를 유도하기 위한 연구라기 보다 과연 기준 및 시험방법이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위한 전단계의 시장조사"에 불과하다는 게 홍 연구원의 설명이다.



아직 법적 규제가 없지만 환경오염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에 연구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수입 40종, 국산 31종 등 총 71종을 무작위로 수집해 납과 카드뮴, 비소, 수은 등 4개 중금속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화장품 팩제의 경우 중금속 함유량이 대부분 제로에 가까워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구 결론에서 팩 제품 중 Pb 허용 한도는 설정되어 있지 않으나, 눈 화장품 메이크업, 두발용 화장품 기준에 규정하고 있는 납 허용 한도인 20ppm을 초과하는 제품이 일부 제품에서 발견됐다는 대목이 문제.



대부분의 제품은 20ppm을 훨씬 밑도는 미량으로 거의 중금속 함유량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조사 대상 71개 제품 중 수입 제품 2종에서 납(Pb) 함유량이 45.07ppm과 50.90ppm, 그리고 국산제품 1종에 납(Pb)함유량이 24.52ppm의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을 놓고 일부 언론사에서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일반 팩용 화장품이 허용한도를 초과했다`고 과대 보도함으로써 중금속 함유량이 없는 건전한 팩제 생산·수입자들까지 중금속 함유 제품을 판매하는 양 보도됐다.



분석결과 혈액학적 장애와 위장 및 신경기능 장애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납과 만성피로와 어지럼증,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수은 등이 조사 결과 일부 검출됐다는 대목을 일제히 부풀려 보도했다.



전체적인 중금속 함유량은 국산이 수입 보다 비교적 낮았으며, 제품별 검출 변동폭도 국산이 적었다는 토를 달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팩 제품에 중금속 함유를 걱정해야 할 판이 된 것이다.



이에 화장품공업협회와 업계는 즉각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화장품협회의 안정림 전무는 "팩은 숏-컴팩트(shot-compact) 제품이다. 메이크업은 원료 자체에 무기물질이 많아 중금성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배합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팩 제품은 얼굴에 발랐다 금방 떼어내는 데다가 원료 자체에 함량 기준치가 정해져 안전성 검사를 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생산된 제품이라면 중금속 함량이 높을 수 없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향후 팩제품의 중금속 함량에 대한 규제 검토의 가능성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면, 지적된 3개 제품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식적으로 팩제품의 경우 납 함유 공정 자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한 만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 대상 제품 리스트를 공개, 업계가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측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상 제품의 명확한 이름을 거론할 정도의 것이 못된다. 수집 대상 제품은 무작위로 번호가 매겨져 실험이 실시돼 사실 어느 제품에 납 함유량이 높았는지를 제시할 수 없다. 그저 조사 대상 일부 제품에 중금속 함유량이 높았다는 결론 뿐"이라는 애매한 대답만이 보건환경연구원측의 최종 입장. 다만, 이번 문제제기를 계기로 식약청 등 관계 기관과 함게 구체적인 시험 및 기준안을 만들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이다.



이에 업계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회사 제품이 조사 대상에 있는지 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책임있는 연구기관으로서 책임있는 보고서를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빈데 잡으려다 초가삼가 태우는 식`의 문제제기와 보도로 업계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사와 사스 등 환경 문제를 틈타 상반기 팩제 제품 시장의 붐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던 업계가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덜미를 잡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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