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시장 `브랜드 중심` 재편
마트 시장 `브랜드 중심` 재편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4.03.1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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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LG, 할인점 직거래 공식화…유통부문 격변 예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대형할인점이 준백화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부문도 `유통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1천억원대 빅 브랜드이자 시판 전용 기능성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인 아이오페(태평양)와 이자녹스(LG생활건강)가 이달부터 거의 동시에 대형할인점에 직거래를 시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미 이니스프리(태평양)와 레뗌(LG생활건강), 데이시스(엔프라니), 화이티아(시세이도코리아) 등이 전용 브랜드로 해당 유통에 진입해 있고,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뉴욕(로레알코리아)이 시판과 함께 대형할인점에 직거래를 해왔지만, 아이오페와 이자녹스의 참여는 이전 브랜드들의 움직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진입 장벽이 높은 대형할인점에서, 전체 화장품 시장 점유율 30%에 달하는 태평양과 그 뒤를 잇는 LG생활건강의 참여는 브랜드 인지율과 자본력에서 그 시작만으로도 단번에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두는 등 시장 전반에 `격랑(激浪)`을 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 때문에 두 빅 브랜드의 진입은 대형할인점에 격동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반면, 시판시장은 전용 브랜드의 상징을 잃는 계기라는 점에서 결국 `브랜드 중심`의 시장 재편을 유도하리란 분석이다.



먼저, 테이프를 끊은 쪽은 역시 지난 2000년 1월 이니스프리를 발매해 시장 지배력에 우위를 점한 태평양.



대형할인점에 대해서도 직거래를 원칙으로 한다는 가닥을 잡은 태평양은 지난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이마트 수원점과 성수점에 시판 기능성 대표 브랜드인 아이오페의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



또 이달말까지 이마트 부산점에도 직매장을 개설, 3월 첫달에만 이마트에 3개의 직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형할인점이 준백화점으로 성장을 거듭하자, 시판 전용 브랜드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브랜드 운용의 폭을 확대한 셈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판 범용 브랜드인 마몽드와 라네즈까지 대형할인점에서의 직거래를 조심스럽게 이뤄왔고, 무엇보다 `가치형 매장` 확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오페의 대형할인점내 단독 매장 개설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태평양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LG생활건강의 행보도 명확해졌다.



LG생활건강은 17일 현재, 태평양의 아이오페에 뒤이어 이달말까지 이마트 부평점과 김포점에 이자녹스 직매장을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부적으로 아이오페와 이자녹스는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 약 3개월간 각각 11개의 대형할인점에 입점하며, 이중 5곳엔 동시에 매장을 오픈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거두리란 계획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화장품 유통 점유율 변화와 각 유통별 성장 잠재력의 극명한 대비가 결국 이같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시판 시장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10% 성장에 시장 점유율 30%대가 무너진 반면, 대형할인점은 13% 성장에 힘입어 화장품 유통 점유율 8%대로 뛰어올랐고 올해도 10% 이상의 신장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 전체로는 지난해 2백54개점에서 올해는 2백87개점으로 33개 점포가 늘어나고, 매출도 지난해 19조7천억원에서 2004년에는 23조1천억원까지 확대될 것(신세계 2004 유통업 전망 보고서 참조)이란 성장 예측이, 화장품 시장 변화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대형할인점이 저가격 중심의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웠다면, 가격대비 쇼핑의 편리성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이 대형할인점을 현대적인 유통채널로 인식(AC닐슨 2003 쇼핑행태 보고서)한다는 점도 `브랜드 중심`의 매장 구성을 가능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해 이마트 화장품 바이어 유진철 과장은 "현재 고객의 니즈가 가격경쟁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 부문에서의 고객의 니즈는 색조보다 기초라인에 있고, 기초라인에서는 또한 기능성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 기능성화장품을 판매하려면 제대로된 카운슬링이 가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매장이 확보돼야 한다.



벤더들을 통해 받은 제품은 제대로된 카운슬링이 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먼저 테스트 마케팅 차원에서 아이오페 직매장을 오픈해 그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화장품 매출은 이마트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하지만, 시판 시장 중심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첫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고, 애초 생각했던 만큼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예정된 계획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태평양과 LG생활건강측은 매스마켓으로 분류되면서도 성격상 이원화돼 있던 시판과 대형할인점에서 △ `가치형 매장`이란 공통 분모를 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점과 앞서 지적했듯이 △`유통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란 점에서 시장 변화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성장세를 타고 있는 대형할인점도 향후 5년내에 과잉 출점에 따른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익구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당시와 시장 상황이 많이 변하기 했으나, 93년 이마트 창동점 오픈에 이어 다음해인 94년 출시돼 97년도에 4백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던 식물나라가, 실제로는 매해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선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CJ를 통해 대형할인점과의 직거래 노하우를 쌓아온 엔프라니도 백화점식 직매장은 현재 4곳에 불과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기에 대형할인점 전용 브랜드로 선보인 태평양의 이니스프리와 LG생활건강의 레뗌이 아이오페와 이자녹스 진입에 따른 매출 하락을 어떻게 피해나갈 것인지도 풀어야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1일 태평양의 아이오페가 이마트 수원점에 직매장을 오픈, 대형할인점과의 직거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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