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아 현지화 페달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로레알코리아(대표 클라우스 파스벤더)가 지난 1일자로 국내 화장품 유통의 대표격인 시판유통의 사업 총수에 한국인을 앉히고 그동안 견지해 온 현지화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있어 화제다.



로레알 그룹 내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 임원이 국내 화장품 유통의 대동맥인 시판유통의 수장을 맡아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그 중심에 이영희(40) 전무가 있다.



시판사업부 총수로는 4번째인 이 전무는 약국전문 화장품 브랜드 비쉬의 사령탑으로 한국시장에 전무한 약국화장품 유통 채널을 개척하고 4년여만에 비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약국시장 내 1위 브랜드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세계 제1의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도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 본 시판 시장에서 또한번의 도전을 각오하고 있다.



"분명 어렵고 거친 시장입니다. 또 시판사업부의 매출이 드러내놓을 정도의 수준도 아닙니다. 그러나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매출추이가 50% 성장이라는 고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또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국내 화장품 유통의 격변기를 함께 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기쁩니다."



이 전무는 최근의 국내 화장품 시장이 하드웨에서부터 변모하는 모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시판 브랜드인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 뉴욕이 성공한 나라를 돌며 트레이닝을 마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유통방식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청사진을 그려보였다.



이 전무가 들고 나온 시판사업부의 새로운 전략은 '멀티 채널 전략'. 소비자가 쇼핑의 매력을 느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제품 유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로레알파리는 대중적인 브랜드이면서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메이블린 뉴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그야말로 대중적인 소비품입니다. 국내 화장품 시장도 판도변화가 일어나 이제 이들 브랜드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시판사업부의 간판 브랜드인 로레알파리에 대해서는 본래의 브랜드 컨셉인 '프리미엄 오브 더 매스'를 고수,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한국형 화장품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면서 백화점과 마트 입점을 확대하고 전문점은 키 어카운트를 중심으로 역점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염모 브랜드 엑셀랑스와 페리아도 전체 염색시장 의 하락세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늘여나갈 계획이다.



또 올해로 국내 도입 5년째를 맞는 메이블린 뉴욕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이미지 메이킹된 '워킹우먼을 위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탈피, 브랜드 고유의 '대중적 소비품'이라는 컨셉에 맞게 브랜드 리포지셔닝 작업을 통해 가격은 3천원대부터, 연령은 1824세대로 낮췄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로컬모델 '보아'를 기용하고 새로운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메이블린 뉴욕과 로레알파리를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전국 곳곳에 맥시멈 20개정도 오픈하고 기존 매장 내에도 메이크업 존을 별도로 구성, 제품 사용기회를 늘일 방침이다.



지난 8개월간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 뉴욕이 성공을 거둔 나라들을 돌면서 '국내에는 진정한 매스마켓이 없다'고 느꼈다는 이 전무는 앞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어디서나 로레알파리와 메이블린 뉴욕을 만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나갈 생각이다. 전문점에 대해서도 본사와 원활한 교류를 위한 직거래 등도 검토중이다.



짙고 무성한 눈썹 만큼이나 욕심많고 따르고 도와주는 이도 많은 이 전무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격변기의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로레알의 입지를 얼마나 견고하게 닦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희 전무 이력 : 87년 연세대 영문학과(신문방송학 부전공/문학사)졸업,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 메딜 저널리즘스쿨 광고 마케팅 석사 과정, 90년 레오버넷코리아 광고담당AE, 91년 유니레버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97년 S.C 존슨코리아 마케팅 디렉터, 99년 로레알코리아 비쉬 브랜드 매니저, 2001년 약국병원사업부 총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