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2·3세 경영인들이 뛴다
화장품업계, 2·3세 경영인들이 뛴다
  • 박지향 jhpark@jangup.com
  • 승인 2005.01.27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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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본격화로 경영일선 등장…분위기 쇄신 이끌어
중국이 ‘가난한 대국’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80년대 이후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채택했던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연경화(年輕化) 정책이었다. 당시 중국은 검증되고 단련된 ‘젊은 피’를 과감히 수혈함으로써 성장에 코드를 맞췄고 그 대표 주자가 지금의 중국을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다.



신년 임원인사통해 대거 등장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에도 이와같은 ‘연경화’가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주요 화장품기업들이 신년 임원 인사를 통해 젊은 임원들을 대거 등용한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창업자의 후손인 젊은 2-3세 경영자들을 경영 전면에 잇따라 배치함으로써 2-3세 경영체제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격동기를 지나 성숙기를 맞고 있는 화장품산업에서 이들 대부분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을 동시에 제시하며 의욕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향후 산업발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되리란 기대감도 높다.



이미 (주)태평양이 지난 97년부터 서경배 사장에 의한 2세 경영체제를 확립한 데 이어, 일찌감치 2세 경영체제를 이끈 한국화장품이 올들어 3세 경영체제를 예고하고 있고 최근 (주)코리아나화장품과 (주)참존, (주)보브, (주)금비, 피어리스 등도 본사와 계열사를 아울러 30-40대의 젊은 2세 경영인의 부상이 전개되고 있다.



참존. 장·차남 모두 임원으로

먼저, 그룹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참존(주) 역시 새해 벽두에 2세 경영 제체 도입을 위한 포석을 뒀다.



김광석(66) 회장의 장남인 김한균(38) 상무와 차남인 김한준(36) 이사가 지난 1월1일자로 본사의 영업총괄상무와 마케팅실장으로 발령받아 2세 임원진으로 새로 명함을 내밀었다.



김한균 상무는 그간 경영지원업무를 담당해왔고 한편으로는 지난해 7월부터 계열사인 참존모터스의 대표를 맡아왔다. 김한준 이사 역시 계열사인 N4크리에이티브그룹의 대표를 맡아 계열사에서 활동해왔다면 올해부터 이들 모두 본사 임원을 겸직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스페이스*C를 활용한 문화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코리아나화장품도 창업주인 유상옥 회장의 장남인 유학수(46) 전무가 지난 2000년 코리아나화장품에 합류했다면, 새해에는 차남인 유민수(44) 이사가 홍보․광고대행사인 스위치코퍼레이션을 통해 코리아나화장품을 측면 지원하게 됐다.



유학수 전무는 현대그룹 등을 거쳐 수출업무에 오랜 경험을 쌓아왔고 유이사는 일본 게이오대학과 미국 버클리에서 각각 MBA를 마치고 제일기획에서 광고․홍보업무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인재라는 점에서 이들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대한화장품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주)피어리스 조중민(67) 회장의 장남인 조윤호(38) 상무도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2세 경영인이다.



계열사인 더스킨푸드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조 상무는 지난해 12월 3일 오픈한 스킨푸드 명동점을 기점으로 웰빙 컨셉의 새로운 브랜드샵을 제안하며 보다 젊고 탄력적인 모습으로 그간 주춤했던 피어리스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3세 경영을 예고하는 기업도 있다. 새해로 창립 44년을 맞는 관록의 (주)한국화장품은 창업주인 임광정(87) 회장의 장남인 임충헌(65) 현 명예회장이 이미 지난 88년부터 95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2세 경영의 문을 열었다면, 올해는 임충헌 회장의 차남인 임진욱(38)씨가 지난 1월 1일자로 계열사 (주)유니코스의 신임 사장에 취임함으로써 형인 시선래브(주)의 임진서(39) 사장에 이어 3세 경영 체제의 기틀을 만들고 있다.



2세 경영인에서 창업자로 나선 인물도 있다. 한국화장품 임광정 창업주의 3남인 임병철(47) 사장은 지난 89년 한불화장품을 설립, 창업자로 거듭나기도 했다.



코리아나·참존·보브·금비·피어리스 등

본사 임원·계열사 대표 맡으며 '대권수업'

글로벌 비전 제시 등 의욕적 행보 주목




마케팅·영업 등 활동영역 넓혀

이어 중견 기업 중 이미 활약중인 2세 경영인을 손꼽는다면 (주)보브의 서덕원(41) 상무와 (주)금비의 고기영(35) 전무, 그리고 로제화장품의 김영집(33) 이사를 빼놓을 수없다.



먼저 (주)금비의 고병헌(59) 회장의 장남인 고기영 전무 역시 올해는 성장의 원동력을 만드는 한해를 만들기 위해 보폭을 넓히리란 분석이다.



특히 고전무는 이번 취재에서 거론된 2세 경영인 중 35세로 33세인 로제화장품 김영집 이사와 함께 가장 젊은 2세 경영인에 속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지난 96년 LG화학에 입사해 화학 CU 경영전략팀에서 근무하며 국내 5대 그룹사의 경영전략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를 가진데 이어 UCLA에서 MBA를 마침으로써 실무 감각과 선진 경영 이론의 융합에서 균형감각을 가진 젊은 후계자라는 평가다.



현재 (주)금비 대표이사 전무는 물론 (주)금비화장품 마케팅 전무와 일본가네보와의 합작사인 가네보앤금비화장품의 대표이사 부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젊은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젊은 화장품기업의 면모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창업주인 서인동(69) 회장의 장남인 보브의 서덕원 상무는 지난 95년 보브 기획 관리실 이사로 입사해 지난 10여년간 보브의 트렌드한 젊은 컬러 감각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으로 불리운다.



이 기간 동안 이미 보브 전체의 경영을 이끌어가는 경영 수업을 차례로 밟아온 그는 젊은 경영인답게 열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물론 보브의 타깃인 20대 초반의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젊은 사고’를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어 향후 더욱 기대를 모으는 2세 경영인으로 파악된다.



로제화장품 김은수(65) 회장의 장남 김영집 이사 역시 마케팅 본부장을 거쳐 영업본부장과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2-3세 경영인들에 눈길이 머무는 배경에는 단연, (주)태평양 서경배(43) 사장이 지난 7년여간 보여준 활약과 성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인 서경배 대표는 지난 97년 (주)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분명한 리더십과 경영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오너경영체제 유지에 따른 성공적인 2세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적재적소의 인재등용 능력과 무한책임주의의 실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에 찬 도전정신, 여기에 직원들을 우선시하는 복지 운영을 통해 부동의 업계 1위로 ‘유비다운 리더십'을 보여준 주인공이라는 평가다.



그가 보여준 수치적 성과는 더욱 명확하다. 97년 취임 당시 6천9백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지난해 1조1백억원으로 7년만에 무려 60%가 늘어났으며, 당시 2천만달러에 불과했던 해외매출도 5배 뛰어오른 1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2015년 글로벌 기업으로의 비전을 선포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그의 활약으로 (주)태평양이 국내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오늘의 현실은 결국, 앞서 언급된 새로운 2-3세 경영인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줄 충분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관련해 업계의 한 원로는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사이에 장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국내 현실상 같은 열정과 능력을 갖추었다면, 오너경영 체제가 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인 까닭에 산업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능력있는 2-3세 경영인들의 발탁과 활약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덧붙여 그는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말을 전제로 "이미 알려진 화장품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어려운 풍토속에 기업의 문을 열고 오늘을 일군 만큼 2-3세 젊은 경영인들은 오너의 후광을 입는데 그치지 말고, 창업주 이상의 노력과 열정으로 부단한 자기검증 속에 사업에 매진해야만 선대의 업적을 넘어서며 그 뜻을 빛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세 경영인들이 나아가 화장품산업의 개혁을 이끌 중심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이 커지는 시점이다.





▲(주)태평양 서경배(43) 대표이사, 코넬대 MBA, 고 서성환 회장의 차남



▲(주)한불화장품 임병철(47) 대표이사, 한국화장품 임광정 명예회장 3남



▲(주)코리아나화장품 유학수(46) 전무, 고려대 경영대학원, 유상옥 회장 장남



▲(주)참존 김한균(38) 상무, 참존모터스 대표 겸임, 김광석 회장 장남



▲(주)유니코스 임진욱(38) 대표이사, 한국화장품 임광정 명예회장의 손자, 임충헌 현 회장의 차남.



▲(주)웰코스 김영돈(40) 대표이사, 고려대 졸업, 김상회 회장 차남



▲(주)금비 고기영(35) 전무, UCLA MBA, 고병헌 회장의 장남



▲(주)로제화장품 김영집(33) 이사, 김은수 회장의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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