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공업협동조합 강현송 이사장
한국화장품공업협동조합 강현송 이사장
  • 김승수 sngskim@jangup.com
  • 승인 2009.03.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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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틈새전략이 중소기업 생존의 길

 최근의 경제위기,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뚫고 나가야






대담 안명수 大기자











강현송(64) 한국화장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福운동’의 전도사로 통한다. 최근에는 이 운동의 연계선상에서 화장품 브랜드에 기(氣)를 불어넣는 ‘기 살리기 운동’을 주도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그는 이처럼 독특한 착상으로 기업 경영에 신풍을 일으키며 화진화장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짊어지고 있는 CEO이자 중소 화장품업계의 공동 번영을 위해 힘쓰고 있는 화장품공업협동조합의 수장(首長)이다.





지난 2002년 9월부터 조합의 이사장을 맡아 올해로 2번째 임기를 마감한 그는 지난 6년간 사회적 자산으로서 여성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회원사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앞장서 왔으며 해외 시장 개척을 조합의 최우선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그의 ‘신바람’을 조합 운영에 직접·간접으로 접목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12일 삼성동 화진화장품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이사장 재임 6년을 회고하면서 향후 조합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과제를 놓고 자신의 평소 생각을 격의없이 털어놓았다.







- 지난 연말부터 2009년이 되면 금융위기가 실물에 영향을 미쳐 세계적으로 불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만, 현실은 예상보다 더 심각한 듯합니다. 

역시 지난 연말의 예상으로는 설령 올해 실물경기마저 가라앉는다고 해도 화장품산업은 그 특성상 2008년만은 못해도 성장세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런 예상이 현재도 유효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불경기는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올해 국내 화장품산업에 대한 전망과 중소 화장품업체의 대응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강 이사장 : 여러 보고서나 언론을 보면 비관적인 전망 일색입니다. 하지만 화장품산업은 선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화장품이 소비재라는 점과 국내 화장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것이 그런 예상의 근거입니다.





중소 화장품업체의 대응 전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계속된 소비 패턴의 변화로 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그런데다 설상가상으로 불경기가 겹침으로써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위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으로서는 틈새시장을 노려 특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 특화와 틈새시장 공략이 중소업체의 생존전략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불경기에 중소기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호경기일 때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경기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됩니다. 불경기에서는 더 노력해야 합니다. 또 선도 기업이나 대기업을 모방하지 말고 나름의 제품· 시장·노하우를 개발해야 합니다.





특히 화장품산업의 경우 불경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립스틱효과에서 보듯 불황기에 잘 팔리는 제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잘 찾아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강 이사장 : 당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불경기의 근원은 미국의 금융위기인 만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난 후 상승할 때는 우리나라의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처럼 문제의 근원이 외부에 있는 만큼 조심은 하되 너무 깊이 우려해서는 안됩니다. 경제의 태반은 심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매스콤에서도 사실은 정확히 알리되 희망을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에서 심리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복운동의 이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 어려운 때일수록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고, 또 자심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희망을 갖고 볼 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신감과 의욕을 갖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 이사장 : 그렇습니다. 전략을 갖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은 모름지기 장기와 단기 전략을 모두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별 기업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든 노하우든 자기만의 것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잘 하는 것, 경쟁 기업의 우수한 점을 참고해야 하겠지만 답습해서는 결코 더 잘하게 되지 못합니다. 이미 개발된 상품을 모방해서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는 어렵거니와 이미 어느 정도 위상이 구축된 인지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막대한 광고 물량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도 기업을 참조하되 내게 맞는 것을 찾아내야지만 그것이 나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화 내지는 차별화를 통해 니치마켓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 최근 들어 정부에서 화장품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지원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입장에서 특히 절실한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강 이사장 : 정부 부처에서 민간기업의 마케팅이나 영업에 직접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로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경기 부진 속에서는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마케팅과 영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육성 및 그를 통한 고용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특단의 지원을 해줄 것을 조합이 중심이 돼 건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전에 조합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봐야겠지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서 조합이 접근할 수 있는 일은 인력난 완화라고 봅니다. 이미 병역특례 생산직 산업기능요원제도와 청년패키지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인력구조를 상향시키는 방안이 건의할 과제입니다.  






- 최근 몇년간 진행된 소비패턴과 유통의 급격한 변화의 결과, 화장품시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견·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위축됐습니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견 및 중소 기업들의 성장이 필요합니다만, 그러자면 R&D 투자 확대, 브랜드 및 유통 기반 강화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 조합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강 이사장 : 보건복지가족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외에도 정부의 여러 부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원을 받기 위해선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이 점에서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이 공동 과제를 설정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합은 10년 전부터 공동브랜드사업을 시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화해 왔습니다. 조합의 공동브랜드사업은 브랜드 파워와 유통 기반의 취약성을 해소할 수 있는 단위사업으로 볼 수도 있는데, 화장품업계의 특성상 매우 이상적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조합이 공동브랜드사업을 확대할 경우에는 내수용보다는 해외 수출용이 더 타당할 것으로 봅니다.






- 조합은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데에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정부에서도 화장품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합이 올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강 이사장 : 해외 전시회의 한국관 주관사업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조합은 정부 지원을 받아 동경·두바이·뭄바이·모스크바·광저우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국가관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광저우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공동 개최한 중국국제중소기업박람회에는 화장품·미용 분야에서 조합이 한국관을 주관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경·두바이·모스크바 전시회의 한국관 주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정됐습니다.





또 FTA 협상 진행 추이에 따라 북미나 중남미 지역에 해외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업의 독자적 개척이 가능한 시장입니다. 따라서 조합은 중국 이외의 시장 즉,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공략이 가능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조합 이사장직을 두 번 연임하셨는데, 그간의 업적을 스스로 평가하신다면?





강 이사장 : 업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건 없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걸림돌에 부딪힐 때가 많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만 재임 기간 중에 흑자 운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출자금 5억원 전액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합원들께서 조합사업에 적극 참여해 준 덕분입니다.






- 현재 여러 화장품·미용 관련 단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발전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만, 상호 윈윈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선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아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 이사장 : 화장품과 미용은 모두 뷰티산업에 속합니다. 따라서 관련 단체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조합이 주최한 국제뷰티엑스포에는 네일·두피모발·미용건강·헤나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뷰티산업 종합박람회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입니다.






- 이사장님께서 전개하시는 일복운동은 그 취지가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간략히 그 요체를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죠.





강 이사장 : 일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정신운동이 일복운동입니다. 일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하면 힘들며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행복해질 수도 없고,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이 일복운동의 출발점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진실되게, 정성을 쏟아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복이 오고 부자가 되고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막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체득한 성공철학이요, 행복철학입니다. 이것을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해 일복정신을 실천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난과 불행으로 힘들었던 분들의 인생이 부유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일복운동을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더 나아가 세계적 운동으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복운동을 통해 온 국민이, 인류가 모두 잘 살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사회, 우리 문화에는 예로부터 기(氣)에 대해 깊은 인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상 언어에도 기라는 말이 들어간 표현이 많습니다. 최근 저는 바로 이 기라는 것이 일복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일복운동을 기 살리기 운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화진화장품은 중견 방판업체의 위상을 갖고 있는데, 올해 계획은 어떤지요?





강 이사장 :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겁니다. 화진은 통상 기업들이 하는 식으로 매년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않습니다. 증원 목표가 중요합니다. 증원이 곧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화진이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간의 교육 투자가 올해부터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직원 능력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왔습니다. 전무(全無)이다시피 한 상태에서 오늘날의 제가 있게 된 가장 큰 힘은 바로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입니다.





화진은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직원들이 이직했습니다. 그후 충원을 했지만 제대로 훈련이 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교육 투자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 결실을 거둘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한번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화진의 제품이야말로 명품이라고 평가합니다. 고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좋은 제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해 온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저도 왜 그런 높은 평가를 받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 보니 화진의 제품에는 앞서 언급한 기가 들어 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확신합니다. 일복정신을 갖고 정성을 들여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이 좋고 소비자들을 감동시킨다고 판단합니다.






- 말씀을 듣고보니 일복정신의 큰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또 우리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위한 고견도 듣고 싶습니다.





강 이사장 : 조합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결속과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합니다. 다시 한번 결속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이 메이저 기업과 정면 승부를 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품질력을 확보한 자사 제품을 갖추고 판매망을 확보해 공략해야 할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이 고가시장에 진입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를 선행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겠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진실·정성·봉사의 정신을 실천한다면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온 나라가 경제위기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위기의 실체야말로 그 중심에 있는 기업과 사람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한낱 허상에 불과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도전에 나선다면 이 난국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현송 이사장, 그는 대담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화살을 쏘듯 빠른 템포로 ‘낙관의 미래’를 쏟아냈다. 경영자의 신념에 찬 각오와 의지가 결국은 한 회사와 사회를 성공으로 이끌고 나아가 나라를 살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는 중소화장품업체들의 취약한 존립 기반을 들어 조합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회원사를 향해서는 특화경영과 틈새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무엇보다 어려움을 뚫고나가겠다는 기업의 전략적 결의와 대응 태세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긍정의 게임을 즐기는 소년처럼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정리 : 김승수 기자 sngskim@jangup.com



사진 : 윤강희 기자 jangup@jang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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